여행후기 목록

여행을 다녀온 고객분들의
솔직한 여행 이야기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관서 지방, 유서 깊은 도시들을 스케치하듯 3박 4일 일정의
[운치있네요 오사카의 뒷골목]여행은 모처럼 ‘참좋은 여행’이었다.
날씨는 여행의 절반 이상을 지배한다. 날씨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사월 중순의 일본 관서 지방의 날씨는 화창하면서도 최고의 대기질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날씨만으로도 행복했다.
 
 
여행의 나머지 절반은 사람이다.
오십년지기 친구들과 부인들 여섯 쌍이 함께 한 첫 해외 나들이었다.
노년의 삼십년을 더 같이 지낼 친구들이다. 어찌 좋지 않겠는가?
우리가 탄 배는 선장의 노련함과 진심으로 쾌속 순항을 할 수 있었다.
일정상 어떤 불편도 느낄 틈이 없이 아침의 좋은 기운을 저녁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늑한 봄날의 첫 밤을 맞았다.
 
우리의 정창석 캡틴은 목적지로 이동하는 내내 일본의 고대와 근대를 넘나들며 먼 시간 여행속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도래인들이 고대 일본을 만들던 시대를 상상하다, 전국시대 사십여 번의 통일 전쟁 과정에서
쇼군과 다이묘들의 경쟁과 여인들의 역할까지 빠짐 없이 두루 섭렵하며 일본의 전 역사를 넘나들었다.
메이지 유신과 개항 전후 일본의 발빠른 제도 개혁과 근대화, 와중에도 놓지지 않고 일본스러움이라는 전통을 챙겼던 지도자들의 지혜까지 있었음을 알았다.
 
 
한편으론 임진 정유 칠년 전쟁의 결과로 황폐화된 조선의 뼈아픈 기억과 이후에 쇠락을 거듭하며 저물어 갔던 조선을 떠올리며 안타까움과 통증이 명치 끝으로 치밀어 올랐다.
 
 
 
 
 여행을 구성하는 마지막 사분의 일의 핵심은 역시 콘텐츠다.
우리가 이동하고 머무르는 곳의 스토리텔링, 주인공과 남겨진 흔적들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감동을 주는 잘 짜여진 이야기의 흐름을 놓지지 않고 쫓아 가는 재미가 그것이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각자 삶의 무게를 지닌 우리 부부팀 12명, 차분한 내공을 지닌 또 다른
10명의 구성원들이었다.
각자 다 풀어 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미루어 짐작하며 우리는 눈빛으로도 표정만으로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많이 공감하며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여행에서 우리가 얻는 감동이다.
가장 아름다운 감동은 일체의 조화에서 오는 것이다.
햇살과 바람과 사람이 시간과 공간에 어우러져 연출되는 조화의 감동이 좋았던 것은 무엇보다
이번 여행을 진심으로 안내해 준 가이드 정창석 캡틴 덕이었다.
인문학적 감수성과 삶의 통찰이 바탕이 된 그의 일관된 설명은 관광의 품격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여행에 깊은 맛을 더해주었다.
 
침략 전쟁으로 짓밟은 이웃 나라들에게 독일처럼 틈만 나면 속죄하기는 커녕, 오히려 동아시아 제국으로 식민지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한 인물들을 추앙하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이 일본인들이다.
일부이기는 하나 일본 사회의 정치 경제와 일본인들 삶의 뿌리에 영향을 미치는 소수 핵심 권력은
오늘도 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
 
아파도 기억해야 하고 그 기억 속에 매몰되어서도 안되는 것이 역사를 대하는 태도여야 한다.
 
우리가 일본을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멀리서 잘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속살을 조금 더 깊숙히 들여다보려는 것이기도 하다.
상대를 잘 알아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1995년 참혹한 대지진의 피해를 겪고도 나이 들어 살고 싶은 도시로 변모시킨 고베에서의 서성거림과 오전의 햇살 속에서 즐기던 커피 향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오사카성과 히메지성은 외관의 화려함보다 일본의 오늘을 만든 권력 정점의 인물들이 살았던 공간이다.
우지의 평등원과 교토의 청수사는 천황과 귀족들의 상징적 공간이다.
 지금은 교토 최고의 관광지가 된 청수사에서 기도하고, 또 우지천에서 흐르는 물살을 보며 벚꽃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사카 구로몬 시장의 역동과 교토 뒷 골목길의 차분함이 어우러진(和)의 나라임을 오사카 성의 화려함 속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흰색과 토요토마 하데요시의 검은 색의 조화를 통해서도 엿보았다. 
교토와 오사카 문화의 기질적 차이를 비교해 준 정창석님의 설명에도 공감이 갔다. 
 
에도 지배의 긴 시간에도 오사카와 교토는 오랜 고목의 향기처럼 자기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결과이다.
절제의 미덕, 부끄러운 것을 들키면 목숨까지 버리는 극단이 기모노에 감추어진 부드러운 미소와
간드러진 음성이 일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진실을 다시 곰곰히 생각하게 해준 여행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일본을 더 잘 알 수 있는 공부를 할 계기도 되었고, 일본의 구석 구석을 틈나는 대로 다녀보고 싶은 욕구도 갖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고령사회를 걸어 본 일본의 경험을 거름 삼아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새삼 건강을 좀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무병 장수를 실천하는 노력도 배가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더 잘 즐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머지않아 손주 손을 잡고 추억 여행을 할 날을 꿈꾸어 본다.
그때 더 연륜과 관록의 깊이가 더해질 우리의 캡틴 정창석 가이드님을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